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 보면 미스터 유달이
캐롤에게 칭찬을 한다. 식당에서 토라진 캐롤이 화가 풀리려면
칭찬 하나가 필요하다고 했기 때문이다.

멜빈이 말한다.

"의사가 말했어요. 그 병은 약을 먹으면 낫게 마련이라고.
그런데 그동안 그 약이 싫어서 먹지 않았지. 하지만 얼마전부터
그 약을 먹고 있어요."

캐롤이 묻는다.

"왜죠?"

멜빈이 대답한다.

"당신을 보고 나서 좀 더 괜찮은 남자가 돼야겠다고 결심했으니까."

캐롤은 감동했다고 했다.

어디선가 읽은 글에 의하면, 멜빈 유달은 캐롤에게 느낀 사랑에 의해서
결벽증과 싸이코 증세를 치료하고 새로운 사람으로 변화한 것이 아니고,
원래부터 마음이 열린 사람이라 한다. 자신의 의사를 가난하지만 정말 필요한
식당 웨이트리스에게 소개시켜 주고, 사고를 당한 게이 이웃 대신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부모에게 찾아가 손을 벌려야 하는 게이 이웃과 삶에 찌들어
여행이 절실히 필요한 웨이트리스를 차에 태우고 여행을 떠난다. 그는
원래부터 자신의 내면에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동안 가면을
하나 덧쓰고 있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가면은 매력적인 소도구이고, 많은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어내기 위한
훌륭한 장치가 되기도 하고, 일상생활에서 쓰기에 부담이 될만큼
익숙치 않은 물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이 세상 누구나가 한 두겹씩은
쓰고 있는 가상의 물건이기도 하다.

에바가 자신을 보호하는 강력한 무기로 AT 필드라는 것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오히려 자신의 주변인들과의 벽을 만들고, 다가오려는, 또는 우연히
곁에 있게 된 사람들을 상처입힌다는 것에서 가면과는 약간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본질은 같다. "본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그럼으로써 본의 아니게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 서로서로의
AT 필드가 융화하고 서로의 마음을 발견하듯이, 미스터 유달은 캐롤과
게이 이웃에 의해서 자신의 가면 한 꺼풀을 벗어냈을 뿐이다. 미스터
유달이 어디에도 없던 새로운 사람으로 변한 것은 아니다.

바뀐 것은 없다. 세상이 쓰도록 강요했던 가면 몇 꺼풀 중에 몇 개를
벗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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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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