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포스비의 조크보드에서 이런 글을 봤다. 요는 한국 여자들이 남자 보는 조건이 외국 여자들과는 다르다는 것일 텐데, 나의 관심을 끄는 것은 한국 미녀 3위에 오른 혈액형이다.

(위 이미지는 포스비에 올라온 것을 업어온 것인데, 원 출처는 어딘지 모르겠다. 사실은 실제로 방송 화면에 나온 것인지 그것도 잘 모르겠다. 덧: 좀 전에 알았는데 미수다에 방송된 화면이었다.)

요즘 우리나라의 10대부터 30대까지의 여성들을 보자면 3위의 혈액형은 "성격"으로 바꾸어 넣으면 덜 이상해 보이는 설문 결과가 될 것이다. 요즘 트렌디한 여성들에게는 혈액형=성격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언제쯤 되면 혈액형 성격설이 수그러들까. 궁굼해서 포스비에 투표 하나를 올려봤다. 여자들이 많지 않은 곳이니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 궁금했다. 물론 제대로 된 설문 조사는 아니지만, 역시나 남자들이 득시글한 곳이라 "전혀 관계가 없다"가 반이나 나왔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반 밖에 안 나오다니" 의외다. 7,80 퍼센트로 압도적일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기타 매체의 힘을 업고 혈액형설이 오히려 더 많이 퍼지는 모양이다. 빠른 정보 전달은 이성적인 사고를 진작시키기도 하지만 반대로 비이성적인 사고를 확산시키기도 하는 모양이다. 얼마 전에도 케이블에서 무한걸스 재방송하는 걸 봤는데, 거기서도 어김 없이 혈액형 이야기가 나온다. 그날 내용은 남자 게스트(찾아보니 김태희 동생 이완이라는 애다) 하나 모셔다 놓고 여자 여섯명이 무슨 게임 같은 걸 하는 내용인데, 게스트의 혈액형을 묻고 나서는 누구랑 잘 맞느니 어쩌고 하는 얘기들을 하고 있다.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인 것 치고는 평소에 별 부담이 없이 볼만한 것이라 무한 걸스는 채널 돌리다가 마주치면 계속 보는 편이다. 그런데 혈액형 이야기 나오고 나서 채널 돌려 버렸다. -.-;; 다른 프로그램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공중파에서조차 종종 혈액형 이야기가 걸러지지 않고 방송된다. 그러면 내 욕을 하는 것도 아닌데 왠지 기분이 찝찝해지고 오래지 않아 채널을 돌리게 된다. 이건 마치 갑자기 천동설에 온국민이 열광하는 것을 보는 듯한 기분이다.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천동설을 주장하고 있다면 그게 낫다. 일단 일상 생활에서 눈으로 보기에 땅은 그대로 있고 하늘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건 보편적인 시각이고 과학 교육을 받기 이전에는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혈액형이라니... 이건 천동설보다도 못하다. 일상 생활에서 관측할 수 있는 사람의 성향이라는 것이 아주 한정돼 있고 모호한데, 거기다가 혈액형을 정확히 아는 것도 경우에 따라서는 어려울 수 있는 것인데 저런 걸 믿다니. 이건 과학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기보다, 이성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좀 전에 포스비에 이렇게 댓글을 달아놨다.

트랜드(?)에 목말라하는 사람들일 수록 혈액형설에 쉽게 현혹되는 듯 합니다. 싸이 같은 곳에서의 인기 포스트들이나 공중파의 버라이어티쇼나 토크 프로그램(이라고 부르기가 민망 ;)들이 추구하는 것은 거의가 젊은 여성층과 그들과 자주 어울리는 젊은 남성층의 관심일 텐데, 혈액형설도 그런 아기자기한 재미를 주는 소재이죠. 요즘 막나가는 케이블 프로그램들을 보면 언젠가는 혈액형이나 별자리 운세를 대대적으로 다루는 전문 프로그램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허허.. -.-;;

결국은 유행 따위를 좇는 행태의 하나일 뿐이다. 예전에 한창 유행하던 성격 테스트 같은 것과 별다를 게 없는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혈액형설을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지. "경험해 보니 맞아"라고 한다면 그래도 불쌍히 여겨 계몽해 줄 수 있지만, "과학적인 거야"라고 한다면 그냥 불쌍할 뿐이다. 달리 뭘 해 볼 수가 없다. 거기다 대고 과학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설명한다는 건 그야말로 쇠귀에 경 읽기다. 창조과학을 과학이라고 말하는 인간들만큼이나 한심한 것이다. 21세기의 고도 기술 사회에서... Pathetic 하다. 불쌍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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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bi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