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이런 저런... 2009.02.04 12:49

담배 한 대 피려고 옥상에 갔었다.

푸근한 기온에 부드러운 햇살을 맞고 서 있으니 꼭 봄날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늘 한 번 쳐다보고 나니 그 기분이 더 강해졌지. 아...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날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시선을 내려 먼 곳에 산을 쳐다보니 아직은 나무들이 쓸쓸한 겨울 빛이다. LG 동 뒷산이야 소나무 천지이지만 먼 곳의 산을 보면 아직 봄은 멀었다.

랩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그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아니, 갑자기 그 이름을 발견했고 그 생각이 났다. 2002년 겨울. 그 바람직하지 못한 끝이 생각 났고, 그로부터 시작된 짧지 않은 여정도 생각났다. 그로부터 시작된 것 같다. 오래 됐구나. 평탄치 않은 길이었다. 애처롭게 이어지던 그 길도 이제는 자취를 잃었다. 다른 길을 찾아야 할 테지만, 사실 의욕이 없어 움직이고 싶지 않다. 그냥 좀 주저 앉아 있고 싶다.

김윤아의 유리가면을 듣는다. 자우림 5집과 같은 시기에 녹음했지만 자우림 음반의 타이틀 곡과는 반대인 그 음악들을 들었다. 사랑, 지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닐 마음의 상처를 듣고, 야상곡을 듣고, 봄이 오면을 듣고 Melancholia를 듣고, Girl Talk을 듣는다. 마지막에 Shadow of Your Smile에 있는 봄날은 간다를 듣는다. 봄날은 간다는 유리가면의 노래들을 듣고 나서 듣는 것이 제일 좋다. 은수가 화분을 다시 들고 가는 모습을 본다. 은수가 돌아보는 모습을 본다. 그리고 상우가 들판에 헤드폰을 쓰고 서 있는 모습을 본다. 봄날은 간다를 듣는다.

할머니가 상우에게 한 마지막 말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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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bi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