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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픽션임.)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어."


 나는 그 말을 뚫고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었다. 물론 미약한 시도는 해 보았다. 


"몇 년도 아니고 고작 몇 개월이야."


하지만 이내 무거운 반격을 맞는다.


"사귄 기간을 생각해 봐."


그래 채 일년이 되질 않는다. 그리고 헤어진지 6개월 가까이가 되었다. 사귀던 그 기간의 절반도 넘는 시간이 지났다. 그래. 참 많이 지났다.


갑자기 두렵다. 내 머리는 지금도 각색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인간의 기억이란 애초에 그런 것이다. 사실을 기억하는 게 아니라, 사실에 기초하긴 하지만 거기에 이런 저런 덧칠을 하게 마련인데, 이게 선의이거나 악의이거나, 심지어 의식하지도 못한 채 기억을 바꾸는 것이다. 기억하면 할 수록 그 기억은 점점 왜곡된다. 마치 꺼내 보면 계속 모습이 바뀌는 그런 사진과 같다. 하지만 모습이 바뀌는 게 싫다고 꺼내 보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이다. 한 번 꺼내 볼 때 아주 조금이 바뀌어서 눈치를 채지 못할 수도 있지만, 한 두번, 수십번, 수백번을 꺼내 보고 나면 그 사진은 처음의 그 모습과는 아주 다른 모습이 돼 버린다. 그 때쯤 되면 나도 그 사진의 원래 모습이 무엇이었는지 모른다. 사실, 상관이 없다. 사진 속에만 있을 테니까. 아무리 모습이 바뀐다 한들 사진에서 튀어나와 나에게 말을 거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그래. 사진은 그런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 일이 일어났다. 사진 속의 그 애가 튀어나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술 먹고 글 쓰지 말라고. (물론 이건 상상 속의 그 애가 한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그만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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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bi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