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08.07.07 중국 대련 (1)
  2. 2008.05.20 스위스 여행
  3. 2008.03.10 국제선 연착 (4)
  4. 2007.08.27 내연산 산행기

중국 대련

여행 2008.07.07 14:51
7/3~7/5 동안 중국 산동반도 끄트머리에 있는 대련에 다녀왔다.
대련 공항에 내려서 처음 느낀 인상은

"뭐 이리 우중충하지 -.-;"

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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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 내려서 바라본 하늘

왠지 3일동안의 출장마저도 우울할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지.
그런 기분이 들었던 데에는 거리의 풍경도 한 몫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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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우중충함이라니. 그래도 대련 공대에 도착하고 보니 그 근처는 나름 깨끗한 축에 드는 동네였다. 공항에서 구닥다리 셔틀 버스를 타고 학교로 가던 길에 보이던 그 우중충한 거리 풍경이, 학교 앞에 도착하고 나니 어느새 조경이 잘 된 깨끗한 신흥 주택단지로 바뀌었다. 학교 자체가 그런 동네에 있는 것인가 했는데, 가만 보니 학교에서 운영하는 호텔이 있는 남문 부근만 그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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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이 어딘지는 물어보질 못했는데 이렇게 커다란 표석이 있는 것을 보니 아마도 이 남문이 정문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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웍샵이 열린 곳과 묵었던 곳은 위 건물의 오른쪽이다. 날씨가 우중충해서인지 건물 자체가 우중충해서인지 찍혀 있는 모습도 우중충하다. 건물 내부도 우중충하긴 마찬가지다.

웍샵이야 별로 건질 것도 말할 것도 없다. 첫째날 저녁에 교수들은 다른 곳에서 식사를 하고, 중국 학생들과 한국에서 간 학생들이 같이 식사를 했는데, 그 음식들은 굳이 사진을 찍고 싶어지지 않을 정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진한 향신료 냄새라니... 3일 내내 음식 때문에 고생을 했다. 물과 차가 제일 맛있더라 -.-;; 그렇다고 차가 아주 훌륭했다거나 한 것도 아니니 오해는 금물.

저녁 식사 후에 중국 학생들이 안내를 하여 학교를 잠시 둘러보았는데, 그 학교는 전체적으로 캠퍼스를 밝히는 가로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나마 우리가 묵었던 호텔 건물이 제일 밝았던지라 호텔을 등지고 찍은 이 사진도 한참 밝기 조정을 해야 얼굴을 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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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쉬를 터뜨리면 배경이고 뭐고 사람만 흉물스럽게 나오니 그 사진은 패스.

밤에 찍은 학교 풍경은 그야말로 암흑 천지다.

그래서 다음날 오후 세션을 희생해서 학교를 다시 둘러봤다. 하늘은 어두워도 날씨는 참 더웠다. 나무가 우거진 지역을 벗어나면 당장 땀이 흘러내렸다. 그래도 남문 쪽, 그러니까 호텔이 있던 부근에는 커다란 나무들이 빼곡히 있어서 그건 보기에 좋았다.
우거진 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서 가면 제법 깔끔한 도서관 건물이 나온다. 도서관 옆의 흉상은 아마도 학교 역대 총장이었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한다. 좀더 걸어가면 학교 중심부 쪽에 커다란 마오쩌둥 동상이 서 있다. 그 앞에서 길가던 중국 사람 하나 붙잡아 부탁하여 사진을 찍었다. 동상 뒤편의 건물은 본관 건물이 아닐까 하는데, 그 전날 저녁에 어두운 가운데 둘러볼 때 중국 학생하나가 그 건물에 대해서 하던 얘기를 흘려 들어서 잘 모르겠다. 그 전날 둘러본 것이 마오쩌둥 동상을 기준으로 학교의 남쪽이었던지라 북쪽으로 더 가 보았는데, 그 쪽은 별로 찍고 싶어지는 건물도 없이 한적했다. 전반적으로 건물들이 상당히 낡아 있었다. 호텔로 다시 돌아오는 길에 제법 있어 보이는 건물이 있었는데 수영장이라고 한다. 지은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주변 건물과 잘 어울리지가 않았다. 그래도 그 건물만 떼어 놓고 보면 바닥에 납짝하니 날렵하게 붙어 있다.

중국에 있는 동안 계속 요런 표정이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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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 가득. 내가 왜 여기와서 이 고생이지 하는 듯한 표정. 실제로 중국에 있는 내내 어서 빨리 그 나라를 뜨길 고대하고 있었다.

둘째날 저녁에는 중국애들과 함께 시내를 둘러보고 왔는데 그 동네에도 노래방이라는 물건이 있더라. 하지만 우리 나라 노래방에 비할 건 못 된다. 노래를 고르는 기계도 우습게 생겼고 한국어 번역도 아주 어이가 없다. ㅋㅋ 수컷 가수라니... 반주도 별로. 음질도 별로. 음향효과도 없다. 분위기 너무 썰렁할 거 같아 어거지로 노래를 몇곡 했는데, 부를 때 너무 쌩 목소리가 나와서 민망했다.


노래방 건물이 있던 맞은 편은 싱하이 공원이라는 곳인데 이곳은 다음날 오전 excursion 때 다시 들렀다. 꽤 넓지만 황량한 공원이다. 시간이 늦어 밤에는 별로 둘러보지 못했다.


한국애들이나 중국애들이나 술을 빼 놓을리 없는지라, 다시 학교 근처로 돌아가서 술을 마셨다. 학교의 서문 근처에 일종의 시장 골목이 있는데, 시간이 늦으니 가게가 많이 문을 닫았다고 했다. 대충 10시 근처였던가. 시장도 그리 밝지가 않았다. 사진은 온통 백열등 불빛에 누렇다.
결정적으로 무지하게 지저분함 -.-;;;

시장 골목 입구의 어느 식당에 들어가서 술을 먹었다. 이 동네에는 우리나라처럼 "술집"이라는 것이 없고, 식당이 술집이고 술집이 식당이다. 우리가 들어가자 따로 떨어져 있던 테이블들을 한데 모아서 커다란 덩어리를 만드는데, 우리나라 같았으면 길게 두 줄 정도로 만들었을 것을 여기서는 무조건 한 데 뭉쳐버린다. 특이한 습관이다. 무조건 한 덩어리로 모여서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식당의 커다란 원형 탁자도 그런 습관에서 비롯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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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소위 빼갈이다. 예전에 방돌이가 마트에서 사와서 둘이서 한잔씩 하고 그 향 때문에 바로 버렸던 그 공보가주라는 물건하고 비슷한 냄새가 났다. 알콜 함유량은 46%. -.-;; 저게 그 동네 술 치고는 약한 축이라는데 쫌 어이가 없다. 게다가 잔은 또 어찌나 큰지 -.-;; 맥주잔인 줄 알았다. 나중에 술 먹는 중간에 중국애들이 그러는데, 드라마에서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 소주를 아주 작은-.-;; 잔에 마시는 게 신기했단다. 헛. 우리나라 중국집 가면 다 쬐만한 잔에 빼갈을 먹는데 그건 도대체 뭐냔 말이닷 -.-;

마지막에 메뉴판은 뽀나쓰. 알아볼 수 있는 건 없다. ㅋㅋ 암튼지간에, 저 음식들 중에서 내가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는 사실. ㅠ.ㅠ 젠장 중국 음식 싫어. 중국 술 싫어. 중국 냄새 싫어.

다음날 아침에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한 다음에 excursion, 소위 소풍 -.-;;을 갔는데 엄연히 웍샵 행사의 일부이다. 차라리 그런 거 하지 말고 빨리 한국에 보내줬으면 했다. 첫번째 들른 곳은 전날 저녁에도 갔었던 싱하이 공원이다. 설명도 귀찮고 그냥 사진만 첨부.

하여간에 안개가 끝내주게 심하더군. 근데 그 상황에서 웨딩사진 찍으로 온 사람들도 있더군 -.-;;

다음에는 무슨 해변가의 다리를 구경하러 갔다. 역시나 안개가 몸에 척척 감길 것 같은 날씨에 이번에는 심지어 바람도 불었다. 짠내 나는 바람 덕에 온몸이 찝찝. -.-; 그다지 대단한 풍경도 아닌데 한참 공사중인 도로를 달려서 그 먼 데까지 간 것이 좀 납득하기 힘들다.

excursion 때 우리를 안내했던 중국 학생들(이라고 추청됨)과 오른쪽 끝에 우리랩 신입생 여자애. 좀 4차원의 정신세계를 가진 듯한 애다. 근데 저 중국 여학생과 손을 꼭 붙들고 다니는데, 이번에 처음 본 사이가 맞는 건지... -.-;; 암튼 어떻게 친해졌든 손 꼭 붙들고 다니는 여자들 습성은 솔직히 죽을 때까지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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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한 학생들과 우리랩 여자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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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 불가


어쨌거나, 별로 달갑지 않았던 중국행이 끝났다. 마지막 날은 식사를 거의 하지 못했다. 그 향신료 냄새를 감당할 수가 없어서다. 고픈 배를 안고 돌아오는 길이 힘들었다. 결국 대구에서 버스를 갈아타기 전에 랩 애들과 아무 가게에나 들어가서 일단 밥을 먹었다. 하필 들어간 곳이 국밥집이어서 또 기름기 있는 걸 먹긴 했는데, 대신 김치와 깍두기를 엄청 먹어댔다. 하하.. 그제서야 한국에 돌아온 것이 실감나고 안도감이 느껴졌다.

에고에고... 내 이제 중국에는 피치 못할 경우가 아니면 절대로 가지 않으련다. 중국 애들은 좀 순박한 면도 있고 나쁘지 않은데, 중국의 음식이나 주변 환경은 참 불편하다.



ps. 한가지 빼 먹은 것. 중국에서 출국하기 위해서 대련공항에서 security gate를 통과하는데 엄청나게 깐깐하다. 일이 형이 줬던 내 터보 라이터 압수당했다. 그냥 쓰레기 통에 던져 버리더라. 무지하게 기분 나빴다. 중국에 대한 인상이 나빠졌던 또 하나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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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bird

스위스 여행

여행 2008.05.20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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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는 레만 호(Lac Léman)라는 제법 커다란 호수를 끼고 있는 나라인데 나의 기준으로 이 호수는 바다와 구별할 수가 없었다. -.-; 지난 2월에 갔던 곳은 스위스 중에서도 그 레만 호의 북쪽 기슭에 있는 Lausanne이라는 도시였다. 거기서 FSE 2008이라는 학회가 있었는데 사실 학회 자체야 나에게는 별 관심을 끌지는 못했지. 학회 첫날 행사가 끝나자마자 바깥으로 나와서 카메라를 들이댔는데 좋은 사진은 찍질 못했고 호수 서쪽으로 지는 해를 간신히 찍었다. 호수에 길게 늘어진 해 그림자는 의도했던 구도였는데, 그 옆에 우연히 찍힌 가로등은 의도했던 것은 아니다. 지금 보니 그런대로 사진에 잘 맞아들어가는 것 같다. ㅋㅋ

무턱대고 사진 한장 들이대면서 글을 시작해서 쫌 이상하긴 한데, 뭐 좋은 글 쓰자는 의도는 아니고 멀리 가서 찍은 아까운 사진 몇 장 올려보자는 심산이므로 앞으로도 이런 식일 게다. -.-; 딴지 즐! 반사! 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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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건물들이 대개 그러하겠지만 이 로잔이라는 도시의 건물들도 옛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것들이 아주 많다. 이 건물은 무슨 호텔 건물인데 아마 우리나라식으로 짓는다면 날렵한 현대식 건물로 지어서 건드리면 손을 베일 것 같겠지. 그런데 그곳의 건물들은 그렇지가 않다. 멀리서 보기보다는 가까이 가 보고 싶고, 자세히 들여다 보고 싶고, 만져 보고 싶다. 저녁무렵이라 불을 막 밝히기 시작한 참이다. 겨울이라 앙상했던 그 나무들을 피해서는 찍을 수가 없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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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잔이라는 도시에는 Ouchy라는 이름의 항구가 붙어 있는데 (호수에 항구라니 나에게는 영 낯설다. 우리나라의 "포구" 정도라면 또 몰라도...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호수는 나에게 바다나 다름 없었다.) 항구를 따라 가다보면 올림픽 공원이 나온다. 해도 다 지고 공원의 다른 곳을 찍은 것들은 시커멓게 나와서 색 보정을 해 봐도 봐줄만 하지가 않다. 그래도 불을 밝게 해 놓은 곳이 이 분수대 정도여서 남들에게 내밀만한 사진은 이거 하나 뿐이다. 왼쪽에 보면 Le Parc Olympique Lausanne이라고 쓰여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Canon DIGITAL IXUS 950 IS | 1/125sec | ISO-80
왼쪽 사진은 로잔 성당의 정문 옆에 있는 탑인데 내가 본래 성당이라든가 교회라든가 하는 것과는 인연이 별로 없는 관계로 정확히 뭐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하고 많은 사진 중에서 이걸 올리는 이유는 이 사진을 보면 소설 <장미의 이름>에 나오는 장서관이 떠 오르기 때문이다. 수사인 아드소가 스승인 윌리엄을 따라서 수도원에 들어가 장서관을 처음 볼 때의 느낌이 대략 이러했으리라 생각된다. 웅장해서 가슴이 약 2초간 멎을 것 같은 느낌. 물론 소설속의 장서관 정도라면 이 사진의 탑보다야 훨씬 클 테지만. 그래도 소설 속에 나오는 탑을 그냥 생짜로 상상만 해야 했던 것을 실제의 사물을 빌어 좀더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은 나름 유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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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고 해야겠다. 동명의 영화도 있지만 영화에서 보이는 웅장함이라는 것도 스크린이 아닌 실제의 것을 볼 때의 웅장함에는 미치지 못하는 법이니까.

오른쪽의 작은 사진은 뽀나쓰. 성당 입구의 아주 고풍스러운 장식이다. 사실 무늬보다는 장식의 퇴색한 정도에서 느껴지는 숙연함이 있어서 눈에 든 사진이다. 잘 보면 문과 스테인드 글래스 주변의 장식은 나이가 느껴지는데 그 주변의 벽돌들은 상대적으로 좀 젊다. 벽돌은 어떻게 다시 끼워 넣어도 문 주위의 장식은 현대의 것으로 갈아치울 수가 없었겠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Canon DIGITAL IXUS 950 IS | 1/160sec | ISO-125사용자 삽입 이미지Canon DIGITAL IXUS 950 IS | 1/200sec | ISO-200
위의 두 사진은 무엇인고 하니... 이른바 Invader. ㅋㅋ 우리나라에서는 무슨 이름으로 소개되었더라. 본인 어렸을 적 넉넉치 못하여 문방구 앞의 10원짜리 20원짜리 오락을 그리 많이 해 보지 못해서 정확한 이름은 가물가물한데 외국에서 invader였으니 우리나라에서도 인베이더였겠지. 뭐 암튼 그러저러한 고전 중의 고전인 게임의 캐릭터를 각 관광 명소에 저렇게 붙여 놓고 다니는 인간들이 있는데 예전 스노우캣 사이트에서 처음 보고 알았었지. 붙이더라도 꼭 저런식으로 비트맵 형태로 붙여 놓는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반가워서 찰칵했다. 위에 보이는 성당 정문의 맞은 편에 있다. Invader 아래의 흰 칠은 누군가가 주목을 끌려고 일부러 칠해 놓은 것인지 아닌지 궁금궁금. 알 수는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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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로잔 성당인데 이번에는 정문 반대쪽의 외벽이다. 움푹움푹 패인 것이 "나 좀 나이 먹었소"하고 자랑질 중인 것처럼 보인다. 돌이 원래 저렇게 생긴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왠지 부실해 보이는 저 돌들을 그냥 두는 것이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참 궁금하더라. 궁금해도 뭐 어쩔 수는 없다. 저런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나올만한 두꺼운 관광 안내책은 애초에 사질 않았고, 그렇다고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보기도 쫌 무엇했으니까. ^^ 사실 결정적으로 스위스라는 나라가 불어/독어/(이태리어)를 쓰는데 길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말을 걸면 일단 불어로 대답한다. -.-;; 불어라고는 할 줄 아는 말이 "봉쥬르" 정도인 상태로는 용기가 있어도 뭐 어떻게 해 볼 수가 없다. 나의 체감으로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시민의 2/3 정도는 영어를 제법 유창(까지는 아닌가?)하게 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도 꽤 되는 듯 하다. 에... 그리고 영어를 제법 한다고 해도 발음이 이거 불어식이다 보니 알아듣기가 참 괴롭다. 상대방이 영어로 얘기하는데 못알아 들으면 이 사람들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는 그냥 가 버리지 않을까. ㅋㅋ

사진은 잠시 멈추고 에피소드 하나를 얘기하자면, 로잔에 오밤중에 떨어져서 기차역 앞을 서성이는데 어떤 현지인이 버스 타는 곳을 가르쳐 주더라. 그런데 -.-;; 못 알아들었다. 내 귀가 막귀인지 절반은 알아듣고 절반은 못 알아듣겠던데, 길 가르쳐준거 절반만 알아먹으면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이가. 이 사람 말하길 우리를 버스 정류장(우리가 원하는 버스가 지나가는)까지 데려다 줄 시간은 없다면서 자전거 타고 휙 가버리는데 쫌 황당하더라. 그래서 지도 보고, 표지판 보면서 (알고 보니 좀 먼 곳에 있는) 정류장을 찾아갔다. 가는 길에 물어볼 사람이 없길레 어떤 가게 문 열고 들어가서 길을 묻는데, 이런 젠장. 그 가게에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영어를 하는 사람이 없더라 -.-;;; 비슷해 보인다고 왠 쭝국애를 데려오는데 중국어는 더더욱 알아들을 리가 없지. 어찌어찌 버스를 타고 우리가 내려야 할 곳 (이것도 알고보니 좀 먼 곳이더라 -.-;; )에 내려서 방향을 찾는데, 날은 춥지 지나가는 사람은 하나도 안 보이지, 결국 버스 기사 (아줌마였다.)한테 물어봤다. 이 아줌마는 더 가관이다. 아예 영어를 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나는 계속 영어로 물어보고 이 아줌마는 불어로 중얼거린다 -.-;;

"그러니까 이길(손가락질하며)로 가는 게 맞나요?"
"blahblahblah..." (뻐끔뻐끔 <-- 이건 그 아줌마 담배피는 소리)

이런 식이었다. 결국은 지나가는 배낭 맨 여행객(여행객들은 영어를 확실히 한다.)을 붙잡아서 길을 물었다. 뭐 내가 손가락질하던 방향 맞더구만 -.-;;

암튼.. 어디까지 했더라. 이거 영 두서가 없네.
사용자 삽입 이미지Canon DIGITAL IXUS 950 IS | 1/100sec | ISO-160사용자 삽입 이미지Canon DIGITAL IXUS 950 IS | 1/100sec | ISO-80사용자 삽입 이미지Canon DIGITAL IXUS 950 IS | 1/8sec | ISO-200
성당 안은 스테인드 글래스와 파이프 오르간을 빼면 웅장하다는 것 외에 그다지 볼 것이 없다. 그래도 스테인드 글래스는 참 볼만했는데, 위 사진에서 오른쪽의 스테인드 글래스에서 들어온 빛이 왼쪽 사진처럼 기둥에 아른거리는 것은 내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장면이었다. 2월의 차가운 날씨에도 따뜻해보이는 햋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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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 우리(나와 후배 하나)가 묵었던 유스호스텔이다. 계단 아래로 보이는 끝 방이 우리가 잔 방이다. 난 저 유스호스텔에서 며칠밤을 자고 나서 결심을 했다. 나중에라도 유럽 여행을 하게 되면 모든 고려 조건 중에서 숙박을 취우선으로 하리라. 다른 건 어떻게든 될 테지만 숙박이 불편하면 정말 여행이 하루하루 피곤할 것 같다. 숙소에서는 피로를 풀어야 하는데 말이지. 그래도 가격은 쌌다. 대충 보통 호텔 가격(너무 비싸지 않은)의 1/2에서 2/3 정도다. 하지만 다음번에는 기필코 호텔에서 잘 테다.

위 사진은 귀국길에 오르던 날 로잔을 떠나면서 찍은 사진이다. 귀국 코스는 로잔에서 기차를 타고 제네바로 간 후에 거기에서 비행기를 타고 파리고, 다시 인천으로 입국하는 것이었다. 귀국 과정의 고생길은 예전 글에 적었었는데, 제네바로 이동할 때만 해도 그런 일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뭐 어쨌든.. 다른 사진은 그다지 볼 것이 없고 제네바 시내에는 아래 사진처럼 생긴 요상한 나무들이 꽤 많았다. 무슨 종인지는 모르겠는데 나의 경우 어디서도 본적이 없던 나무라 기념으로 남겼다. 하나는 역광, 하나는 햇빛 받아서. (역광 사진이 답답해 보이긴 해도 뭔가 더 분위기 있어 보이는 것 같기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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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정말 어디 가나 오래된 성당이 넘쳐 나는데, 아래는 제네바 성당의 일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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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탑이 정말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다. 이 성당은 규모도 크고 관광객도 많은 모양으로 이러저러한 관람 코스를 유료로 제공하는데, 위에서 오른쪽에 보이는 비좁고 가파른 나선형 계단을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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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오르면 탑을 오를 수가 있다. 다른 성당들도 그런 편이지만 제네바 성당도 높은 지대에 있어서 탑에 오르고 나니 오른쪽 사진과 같은 탁 트인 광경이 보인다. 사진의 오른쪽 끝에 하늘로 솟은 물줄기는 호숫가에 있는 분수다. 사진에 보이는 경관의 대부분도 역시 항구다. 또 말하지만 이게 무슨 호수야. 바다지. 암튼, 사진에 보이는 제트 분수는 높이가 얼마랬드라... 음... 까먹었네. 주변의 다른 건물들과 비교해서 보면 가히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쌩뚱맞게 왠 분수인지, 그건 모르겠지만 ㅋㅋ
저 분수가 왜 있는 건지는 몰라도 신기해서 동영상으로 찍은 것이 있는데 물결이 움직이는 정도를 봐도 그 크기를 다시 실감하게 된다.



이 제트 분수를 보고나서 남쪽 탑도 구경하고 다시 북쪽 탑으로 돌아오는 길을 촬영한 동영상이 아래에 있는 것인데, 기왕 찍었으니 올려둔다. ㅋㅋ 한마디 붙이자면 저런 공간을 일반에게 공개해 놓는데도 그다지 엉망이 안 되어 있는 것을 보면 쫌 부러워지긴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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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그 중 잘 나온 스테인드 글래스 사진이다. 뭐, 그냥 스테인드 글래스다. ^^

아.. 피곤..

마지막은 추위에 떨면서도 주변에 널브러져 있던 대포 하나를 부둥켜 안고 찍으려다, 결국 어정쩡한 자세로 찍혀 버린 내 사진이다. ㅋㅋ

떨고 있는 게 느껴지는지?
스위스의 2월은 추웠다.
그래도 걔들 짧은 치마 입고 다니더군 -.-;
보기는 좋더군. ㅋㅋ
(그러고 보니 여자 사진이 하나도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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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bird

국제선 연착

여행 2008.03.10 10:37
스위스 갔던 얘기는 한꺼번에 주루룩 쓰는 걸 못하겠다.
그러니 앞으로 짬짬이 생각나는 에피소드 하나씩 올리는 것으로... ^^

없는 집 자식이라, 남들 젊을 때 한번씩 해 본다는 유럽 배낭여행이라는 것도
나는 그냥 부러워 하며 바라보거나, 또는 애써 아닌 척하며 대수롭쟎은 듯이 바라보곤 했었지.
그런 관계로 본래 나는 해외 여행이라는 것에 익숙하지가 않다.

그렇다 보니, 파리 시간으로 2월 14일, 제네바에서 파리 가는 비행기가 지연되었을 때
나는 정말 당황했다. 국제선을 타면서 처음 겪는 일이었다. 그 비행기를 놓치면 당연히
그 다음 비행기인 파리에서 인천가는 비행기 또한 놓치게 되기 때문이었지.
국내선이라면 주변 분위기 보면서 적당히 대처하거나, 아니면 공항 직원이나
항공사 직원을 붙들고 뭔가 물어볼 수 있었겠지. 하지만 유럽, 그것도 영어도 그다지
수월하게 통하지 않는 불어권 나라인 스위스와 프랑스에서 나는 정말 앞이 캄캄했다.

어째야 하는 것인가. 대충 말을 걸면 어느새 알아 듣고 처리해 주는 영어권 나라가
해외 여행 중에는 얼마나 편리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불어를 쓰는 나라 사람들은
자기들의 말이 영어만큼이나 국제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 영어 실력은
북유럽 같은 곳 보다는 꽤 떨어지는 편이지.

내 발음도 엉망. 그 사람들 발음도 엉망.
나도 버벅. 그 사람들도 버벅.

사실, 그 여행은 나 혼자만 간 것이 아니라 연구실 후배가 하나 같이 있었는데,
사람들을 붙들고 뭔가를 물어보거나 하는 데에 이 녀석은 별 도움이 되질 않았다.
타고난 수줍음에 나보다 떨어지는 영어 탓이다. 그러니 길 가다가 사소한 것을
물어보게 되는 일에도, 나는 두 사람 몫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는 생각에 부담이
배가 되는 것이었다. 마치 아이들을 잔뜩 데리고 포항 시골에서 난생 처음 서울
대도시로, 그것도 친하지 않은 친척집을 찾아가는 비루한 어머니 같은 꼴이었다.

항공사 직원은 익숙하지 않은 영어 발음으로 이야기 했다.

"손님의 비행기는 지연되었습니다. 그러니 다음 비행기도 분명 놓치게 될 거에요."

나는 물을 수밖에 없다.

"그럼 전 어째야 하지요?"
(we가 아니라 나는 분명 I라고 말했던 듯하다.)

직원은 말한다.

"다음 비행기를 예약해 드릴 수 있어요. 내일 오후 2시에 떠납니다. 그리고 대한항공
비행기가 아니고 에어프랑스 비행기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럼 하루밤을 어디서 지내라고? 공항에서 구겨져서 잘 수는
없으니 또 공항 근처 호텔을 잡아야 하는 건가? 파리에 도착하는 시간을 볼 때
또 한밤중에 호텔을 찾아 짐가방을 들고 거리를 헤매게 생겼잖아. 거기에 에어프랑스
비행기는 대한항공 비행기보다 좋지가 않다. (최소한 승객의 입장에서는)

그래도 어찌할 방법은 없다. 에어프랑스 직원의 제안이 내가 보기에도 제일 좋은
방법이었다.

"그렇게 해 주세요."

"오늘밤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 역시 지연되었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파리에 도착하면
일단 대한 항공 직원을 만나 보세요. 어쨌든 내일 떠나는 비행기는 예약되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아... 그때 그걸 물어보지 않은 것이 참 바보스러운 것이었던 것을 파리에 도착해서야
알았다. 그래도 천운이었는지, 대한항공 직원을 시간이 늦어 만나지 못하고 에어프랑스
부스를 찾아간 것은 운 좋은 선택이었다. 파리의 에어프랑스 직원이 말했다.

"지금 발권을 해 드리죠. 그리고 손님들을 위해서 호텔이 예약되어 있습니다.
이 티켓을 들고 호텔로 가면 됩니다. 터미널 3로 가세요. 셔틀 열차를 이용하세요."
(이때 더 확실히 물어봐야 했다.)

"저희가 뭔가를 더 지불해야 하는 건 아니겠죠?" (순간 머리속에 드는 생각이 있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가시기만 하면 됩니다."

이런데 우리는 어떻게 파리에서 호텔을 잡을 것인가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었다.
만일 그날 파리에 도착해서 바로 발권을 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파리의 밤 거리를
짐가방을 들고 헤맸을 거다. 시내가 아니니 파리라고 해도 별로 내키지는 않는다.
아니, 시내라고 해도 편하게 구경하는 게 아니라 짐을 들고 하루밤 잘 곳을 애타게
찾는 건 곤혹스러운 일이다. 그런 상황에서 에어프랑스 직원의 말은 정말 반가운 것이었다.
아니지. 바꿔서 생각한다면, 원래 그런 것이라는 걸 알지 못했던 우리의 상황은
그야말로 위험천만한 것이었지. 역시 익숙하지 않은 것은 어렵다.

그런데 공항에서 호텔을 가는 길이 또 순탄치가 않았다. 터미널 3로 가라고 했지만
우리가 있는 곳은 터미널 2였다. 터미널 3는 어디야? 거기에서 열차를 타야 하는데...
잘 모르겠다. 어쩔 도리가 없지. 또 지나가는 사람을 붙들고 물어본다.
티켓을 들이밀면서 "제가 여기로 가야 하는데요..."하면서 말을 붙이는 내 모습이
내 생각에도 좀 처량해 보였다. 그 사람이 공항 직원이 아니었던 관계로 그 티켓을
보고 내가 가야 할 길을 바로 알지 못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한참을 들여다 보다가
참으로 반가운 말을 했다.

"아... 가만 보니 당신, 나와 같은 곳으로 가고 있군요. 같이 갑시다."

Alas! 믿을 수 없이 반가운 말이라 다시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말로 같은 곳으로 가시는 건가요? 같은 호텔로요?"

"네, 그래요. 나도 길을 몰라서 호텔에 전화를 해서 알아냈어요."

여기선 좀 어처구니가 없었다. 영어와 불어에 능한 이 외국인도 길을 찾는 데에
애를 먹고 있었다니. 하물며 우리야 말을 해 뭘 할까.

호텔에 도착해서 한 일은, 최대한 빨리 체크인을 해서 방 열쇠를 확보하고,
최대한 빨리 정문을 다시 나서서 담배를 피우고, 다시 또 최대한 빨리 방에 들어가서
침대에 나가 떨어지는 일이었다.
아.... 정말 피곤해. 그날 저녁 내가 겪었던 당황스러움은, 담이 작은 내가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것이었다. 고픈 배를 채우기 위해서 다시 호텔 방을 나설 마음이 들기까지는
시간이 꽤나 걸렸다.

불어라면 지긋지긋했다. 호텔 방에서 TV를 볼 때에도 불어 채널은 신경질적으로 돌려 버리고
BBC를 골라서 봤다. 영어만 들어도 반가웠기 때문이다. 국제 미아가 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자는 동안 묻어두기로 했다. 다음날은 또 다음날 대로 어찌어찌 되겠지.
다음날 또 어떤 말들을 물어봐야 하는지 미리 이리저리 문구들을 짜 맞추는 것조차
피곤해서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말이지.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 재미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다시 겪고 싶지는 않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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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bird

내연산 산행기

여행 2007.08.27 17:55
지난주에 큰맘 먹고 내연산에 다녀왔다. 포항 있는 동안에 내연산 근처라고는 보경사 앞의 민박촌에서 술먹고 놀던 기억밖에 없었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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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날씨

이렇게 안개가 잔뜩 낀 아침 일찍 학교를 나섰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날 아침 이 안개가 고생스러운 산행길을 예고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 끌끌...

어쨌거나 안개 낀 아침 광경이 신비로와서 그 날 아침 출발하는 길은 꽤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콜택시 불러서 터미널까지 간 다음에 라면 한 그릇 사서 먹고 한줄에 1000원하는 김밥을 두 줄 샀다. 내 식사량에 비추면 김밥 두 줄은 좀 무리가 되는 거였지만, 산행이라는 게 원래 사람의 진을 빼는 행위라 산위에서는 든든히 먹어야지...하는 마음으로. ㅋㅋ 근데 결국 김밥 두 줄 정도로는 모자라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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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경사 주차장

500번 버스 중에서 대략 4-50분 간격으로 있는 보경사행 버스를 타고 드디어 보경사 앞 주차장 도착. 서포항 로타리클럽에서 세워 놓은 저 비석은 학부 시절에 보경사 엠티 올 때도 봤던 것 같다. 이걸 지나면 바로 민박촌이 시작되지. 사실 나는 그 민박촌의 끝까지도 가보지 못했었는데... ㅋㅋ

민박촌을 지나서 "마지막 슈퍼"라고 써 붙여 놓은 가게에서 물을 샀다. 근데 조금 더 올라가면 물통을 얼려서 파는 가게가 있더라 -.-;; 속았다고 하기는 그렇지만 (사실 슈퍼로는 마지막이 맞으니) 그래도 뭔가 개운치 않은 그 기분이란... 쩝...
물은 한통만 샀는데 그게 나중에 아주아주 안일한 행위였음이 밝혀졌다. 9시간 산행에 물 두통도 어림없었다. 중간에 문수암 가는 갈림길에서 만난 아주머니가 "그걸로 부족할 텐데..."하시면서 문수암에 가면 물통 하나를 주겠단다. 나는 그때까지도 "정말 물이 모자랄까?"하는 생각을 했는데, 내가 내연산을 얼마나 얕잡아 보고 있었는지를 말해주는 대목이 되겠지. 어쨌거나 기력이 충분한 아침 시간에 가능한 속도를 내기로 하고 문수암까지 가서 기다려 보자고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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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폭포였드라 -.-;;

문수암 올라가는 가파른 길을 가다가 나무 사이로 가끔 계곡이 보이는데, 대개는 "저기가 계곡인가 보군."하는 정도밖에 안되는데, 마침 나무들이 잠시 걷힌 사이로 폭포 하나가 제대로 보여서 사진을 하나 찍었다. 폭포 사진 많이 찍을 거라고 계획했었는데 결국은 이 사진을 포함해서 폭포 사진은 딱 둘밖에 못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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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구한 문수암 입구

문수암에 도착하고 보니 사가지고 온 물통의 1/3을 먹었다. -.-;; 이래가지고는 과연 택도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물통 준다고 했던 그 아주머니를 기다렸다. 그리고 어차피 미지근해진 물을 비우고 새로 물을 떴다. 지금 돌이켜 보면 이 문수암을 지나고 나면 문수봉-삼지봉-향로봉-시명리 까지의 코스 중에서 물을 구할 곳이 하나도 없었다. 시명리에서도 제대로 된 식수라기보다는 그냥 계곡물을 먹는 것인데 -.-;; 나중에 들으니 그게 참 위험천만한 짓이라더라. 계곡물을 제외하고나면 그 이후의 시명리에서부터 계곡을 다 내려올 때까지 물 구할 곳이 하나도 없다. 물론 중간에 보현암을 지날 때 암자에서 물을 구할 수야 있겠지만 보현암 지나면 거진 다 내려온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러니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고 나면 내려올 때까지 출발할 때 가지고 간 물이 전부라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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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암에서 문수봉 오르는 길

생명수를 채워서 다시 올라가는데 그 길의 가파르기가 대충 이런 정도다. 사실 가파른 길 갈때는 사진 찍을 생각이 나질 않았으니 가파른 길은 이것보다 훨씬 심하다. 역시 지금 생각해 봐도, 나처럼 심심풀이로 생각하고 올라갔다가는 봉변당하기 딱 좋은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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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봉

드디어 문수봉 도착. 해발 622 미터. 근데 봉우리를 표시하는 비석 하나 빼고는 정말 볼 게 "하나도" 없다. -.-;; 봉우리 주변이 전부 나무에 둘러 쌓여 있어서 봉우리에 올랐다는 느낌도 사실 별로 없었다. 산길 걷다가 그냥 조그만 공터 하나 만난 느낌 정도. 봉우리에서 조망하는 산세라는 건 물론 기대하기 힘들다. 늦가을이나 초겨울쯤 해서 나무잎들이 적당히 걷히고 난 다음이라면 모를까. 다음 봉우리는 좀 다르길 기대하면서 계속 걷는 수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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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지봉 가는 능선길

그 다음에 가는 길은 능선길이라서 비교적 평탄했다. 문수암 지나서 문수봉까지 오면서 지난 가파른 사면길에 비하면 그야말로 평지나 다름이 없다. 동네 뒷산 오른 정도의 느낌? :) 그래서 속도도 꽤 났고 표지판에 써 있는 시간보다는 조금더 일찍 갈 수가 있었다. 표지판에는 1시간 30분 거리라고 돼 있고, 실제 소요시간은 약 1시간 정도. 다음 봉우리인 삼지봉은 좀 다를까 싶었는데 역시나 마찬가지로 주변에 나무가 빽빽해서 주변 경관은 살필 수가 없었다. 마침 해가 나서 머리와 뒷목이 뜨겁다. 봉우리 주변의 나무 그늘에 들어가서 싸가지고 온 김밥 두줄을 뚝딱 먹어 치웠다. 하늘 구경도 하고... 삼지봉이 예전에는 내연산의 주봉으로 취급받았었고 높이도 710 미터인 터라 하늘이 꽤 가깝게 느껴지긴 했다. 주변 경관을 볼 수가 없으니 그게 유일하게 "내가 봉우리에 섰구나"하는 느낌을 주는 요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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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지봉

삼지봉 올라가는 길에 길을 잠시 헷갈렸는데, 그 옆의 봉대산 가는 길이 더 넓고 평탄한 것이 "이 길이 그 길이렸다."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생겨먹었기 때문이다. -.-; 설명을 읽어보니, 삼지봉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문수봉, 향로봉, 동대산의 3가지 방향으로 갈라지는 봉우리라서 그런단다.

능선길이 편해서 예상보다 시간도 꽤 벌었던 터이고, 시간도 11시 반 정도가 된 김에 향로봉이 아닌 삼지봉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전체 산행 시간의 1/3 정도밖에 안된 시간에 점심을 먹은 건 좀 실수였던 것 같다. 향로봉까지는 간 다음에 식사를 한 편이 훨씬 나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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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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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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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지봉에서 점심


삼지봉에서 향로봉으로 가는 길도 역시나 능선길이라서 비교적 평탄했지만 문수봉-삼지봉 길 보다는 좀더 험한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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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로봉 정상

이런 저런 설명들에 의하면 예전에는 삼지봉이 내연산의 주봉이라고 여겨졌는데, 언젠가 실측조사를 해 본 결과 향로봉까지가 모두 같은 줄기라고 밝혀졌단다. 그리고 향로봉이 삼지봉보다 높기 때문에 향로봉이 요즘에는 내연산 주봉으로 여겨진단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를 기대하게 만든 말은 "정상에서 보면 영덕, 청송, 포항시가지를 조망할 수 있다."라는 것이었다. 방금전 말은 봉우리 정상의 안내판에 있는 말이고, 오르기 전에 조사차 찾아본 웹페이지에 있는 말은 동해 바다가 보인다는 말까지 있었다. -.-;; 근데 왠걸. 주변의 나무들이 좀 낮아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경관을 가리고 있어서 "공터" 이외의 느낌은 역시나 나지 않는다. 문수봉이나 삼지봉에 비하면 그 공터가 좀더 넓어 보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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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로봉 정상 돌탑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 뭔가 속은 기분이 제일 강하게 들던 순간이었다.

그래도 볼 거리가 "하나" 있긴 했는데 정상에 오른 사람들이 쌓은 돌탑이다. 저것도 없었다면 정말 화났을 거다. 그래도 솔직히, 주변 경관이 멋진(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주변이 보이는) 봉우리였다면 저런 돌탑 정도는 눈에도 들어오지 않았을 거다.

이제 내연산 최고봉을 찍었으니 내려오는 길만 남았다. 향로봉 도착한 시간이 1시 15분. 표지판의 예상시간 1시간 40분보다 빨랐다. 역시 능선은 빠르네. 그래서 나는 이 산행이 예상보다 일찍 끝나리라 생각했다. 계곡까지는 내리막길. 계곡을 따라가는 길도 물이 지나는 길이니 굴곡이 심하지 않으리라 생각했지. 그런데, 아뿔싸. 내가 생각지 못했던 것은 내연골이 원래 폭포로 유명하지 않던가 -.-;; 결코 쉽게 따라갈만한 뒷산 시내 같은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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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드뎌 계곡이다.

하산을 시작한 시간이 1시 30분 정도이고 계곡을 처음 만나는 시명리에 도착하니 2시 반이었다. 향로봉에서 시명리 내려오는 길에 만난 어떤 아저씨가 30분 쯤 걸린다고 했는데 -.-;; 그리고 표지판에도 50분으로 나오는 길인데 1시간이 걸렸다. 내리막길인데도 오르막길보다 속도가 나질 않았다. 무릎 걱정을 너무 심하게 한 건가? 내리막길이 좀 많이 가파르긴 했다. 그래도 멀리서 계곡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던 그때의 느낌은 좋았다. 정체가 확실치는 않지만 왠지 뿌듯한 기대감. 계곡에 내려가서 만일을 대비해서 물을 한 통 떴다. 뒤에 생각해 보면, 만일 이때 물을 안 떴으면 나는 중간에 내려오다가 119를 부를 뻔했을 거다. -.-;; 나중에 여우하품 형님 말로는 계곡물을 그냥 식수로 사용하려면 물을 뜰때 손수건 따위로 거름막을 쳐야 한다고 한다. 나는 그냥 떴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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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명리 이정표

시명리 이정표에는 보경사까지 2시간 30분이라고 돼 있다. 시명리 내려오는 길에 만났던 그 아자씨 -.-;; 말로도 빠른 걸음이면 2시간, 보통 걸음이면 2시간 반이라 했었다. 그래서 나의 이때 예상은 5시면 보경사에 도착하겠구나 했지. 이런이런 쯧쯧...

결론부터 말하자면 6시 35분쯤해서 도착. 2시간 반 걸리는 길을 4시간 걸려서 내려왔다. 그럼 중간에 1시간 반은 어디에 썼느냐 하면... 헤매는 데에... -.-;;; 시명리에서 보경사 쪽 표지판을 보고 얕은 계곡을 따라 내려오고 있었는데 중간에 길이 오른쪽으로 꺾어져 계곡에서 멀어지면서 숲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숲을 나와 다시 계곡을 만났을 때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는데, 알고 봤더니 다시 계곡을 만난 이후부터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 어라... 난 분명 계곡을 따라 내려가고 있어야 했는데. 어쩐지 가는 동안 산악회에서 묶어 놓는 띠들이 하나도 보이질 않더라. 그 이후부터 다시 돌아와서 보니 내가 계곡에서 멀어지던 그 길에서 계곡 반대편에 또 길이 있었다. 젠장. 자세히 눈여겨 봐야지 보일 정도였다. 허탈... 이때부터 기진맥진하기 시작했다. 해는 점점 기울고 있었고, 나의 계산으로 30분 넘게 엉뚱한 길을 걸었으니 대충 시간이 3시 반은 됐을 거다. 산이란 원래 해가 일찍 지고 어둠이 빨리 찾아드는 동네다. 이러다가 산에서 조난당하는거 아녀? 힘은 빠지기 시작하는데도 걸음은 빨라지고... 중간에 두번 정도 더 헤매고 나서 은폭포를 만났을 때 4시가 넘어 있었다. 이때도 사실 좀 웃겼는데, 중간에 주변 안내도를 보니 길은 계곡에 가까워졌다가 다시 멀어지고, 내가 가는 방향이 분명 보경사를 가는 방향이었다. (당연하지 이제는 정말 계곡을 따라 내려가고 있었으니까.) 이렇게 보경사를 분명하게 써 놓은 것을 보니 나는 보경사가 멀지 않았다고 생각했고, 위치는 대략 유명한 폭포들을 건너뛰어 연산폭 부근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끝이 멀지 않았으니 여유가 있다는 생각에 등산화 벗고 양말도 벗고 찬 계곡물에 발을 쉬이고 있었는데... 쯧쯧... 그리고 10분쯤을 더 내려와서 나는 "은폭"이라고 적힌 이정표를 발견했다. 그때는 정말 허탈했다. 몸에서는 기력이 빠져나가고 당분이 부족해선지 손도 떨리고 다리도 떨리고 발목은 쑤시고. 목도 마르고, 배도 빈 느낌이 허하고. 시명리에서 내려오는 길에 헤매는 동안에 걸음이 뛰다시피했던 지라 더했을 것이다.

그다음 내려오는 길은 그야말로 사투였던 지라 사진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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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폭포드라. -.-;;

그래도 잘 보이는 폭포가 하나 있어서 찍었는데 그게 무슨 폭포인지 잘 모르겠다. 카메라에 기록된 시간을 보면 대충 은폭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은폭 표지판을 보고 허탈해 하던 기억을 생각해 보면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기억이 좀 뒤죽박죽이다. 암튼.. 잘모르겠다. 이번 산행에서 찍은 폭포 사진 둘 중에 하나라서 일단 올리긴 하는데, 희한한 것이 이번에 찍은 폭포 단 둘 중에 이름을 확실히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것. -.-;; 산행 준비하면서 찾아봤던 산행기를 지금 다시 찾아보려니 못 찾겠다. 이름 찾는 것은 일단 포기. 나중에 가을에 다시 한번 계곡만 따라서 오르면서 폭포들만 모두 다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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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폭? ^^ 입구의 절벽

유명한 연산폭포도 제대로 찍질 못하고 입구의 절벽만 찍었다. -.-;; 저 때는 이미 저 오른쪽 계단을 올라가서 폭포를 구경할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아마 이때부터 시명리에서 뜬 계곡물을 먹기 시작한 듯 싶다. 그리고 좀더 내려와서 보현암 앞의 커피 자판기에서 설탕커피 하나를 뽑아서 당분을 조금이나마 보충한다. 좀 앉아서 쉬니 그제야 좀 힘이 났다. 그 뒤부터는 사람들 많이 다니는 길이라 정비가 잘 되어 있어서 좀 수월히 내려왔다. 향로봉에서 시명리를 거치는 길을 생각해 보면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길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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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성공 ㅠ.ㅠ

보경사에 도착해서 절에 있는 물을 마시고 나니 드디어 그 힘든 길을 내려온 것이 실감이 난다. 매표소를 지나서 시간 기록차 사진 한방을 찍으니 6시 36분이다. 담에는 이렇게 대책없이 출발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굳힌다. 그리고, 나무가 많으면 그늘이 져서 좋긴 하지만 도무지 주변을 구경할 수가 없으니, 낙엽지는 가을이 좋지 않을까. 아니면 아예 봉우리나 능선은 접어두고 계곡만 따라서 올라가서 은폭에서 삼지봉으로 가는 길을 타는 게 좋을 것 같다. 지도 올리려고 했는데 프린트 해 놓은 것만 있고 웹 페이지 주소 저장해 놓은 것이 없어서 올리질 못하겠군. 생략 -.-;;


에고에고...

ps. 지도 찾았다. 컴에만 저장돼 있고, 출처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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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원래 구했던 큰 지도. (주변지역까지 나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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