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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28 담배 한 대가 짧게 느껴질 때...
  2. 2006.04.05 포만감

혼자서 기숙사 앞에서 담배를 피울 때면 이런 저런 공상들을 한다. 또는 옛날 일들을 생각하거나, 미래의 일들에 대해서 걱정을 하거나, 과거의 일에 대해서 후회를 하거나, 현재와는 다른 전개를 상상해 보거나 하는 것들이다. 요즘처럼 사정이 안좋아서 담배 값조차 아깝게 느껴질 때는 가능하면 그 짧은 시간이라도 담배에 집중해야 할 것 같은데도, 매번 담배를 피울 때면 다른 생각들을 하느라고 결국 담배에는 집중을 하지 못한다. 술 자리에서 피우는 담배만큼이나 부질 없이 한 개비가 다 타들어 간다.

그리고... 담배가 짧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한참만의 공상에서 깨어나고 나면 이미 담배가 다 타 들어가서 좀 더 있으면 필터를 태울 것임을 발견할 때이다. 그럴 때면 좀 슬프다. 날이 갈 수록 좋지 않아지는 건강 탓에 더 피우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채우지만 또 한 편에서는 담배가 주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계속 얻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그래서 슬퍼진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성이 승리한다. 담배 한 대를 끝내고 나서 자리를 털고 있던 자리로 돌아간다. 담배 피는 시간이 더 길었으면 하던 애석함은 이내 살아지곤 한다. 그런데 가끔 가다가 그렇지 못한 경우가 생긴다. 담배 꽁초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기숙사 문을 다시 들어서면서도 아쉬움이 남아서 다시 밖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실제로 다시 또 바깥으로 나가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나가진 않더라도 한동안 괴롭게 남아 있는 그 아쉬움을 계속해서 참아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좀 전에 케이블 TV에서 야심만만 재방송을 봤는데 그 중에 이런 말이 나왔다. 사람이 이기적이어서 애인의 사정보다는 자신의 외로움이 우선한다고. 생각해 본다. 상대방에 대해서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으로는 참아내지 못할 것이다. 어차피 사람이라는 것이 이기적이기 때문에. 나의 미천한 경험으로 보면, 세상의 모든 장애물을 견뎌내는 감정이라는 것은 결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살아서 늙어 죽을 때까지 그런 경우를 한 번이라도 겪어 본다면 오히려 그것이 행운일 것 같다. 심지어 가족에 대해서도 그런 것을 경험하기는 힘들 것 같다. 하물며 기껏해야 몇 개월, 또는 몇 년 뿐인 관계에서 그런 것을 매번 기대하면 그건 욕심쟁이이리라.

하지만, 그런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 때 그 이기적인 생각을 조금 접고 마음을 더 넓게 가졌었다면. 살면서 마주치는 이러저러한 관계에서는 그 아쉬움이 비교적 짧게 남거나, 아니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때도 있다. "잘 헤어졌어. 그럴 만 했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역시나 일천한 경험으로 봐도 그런 경우가 더 많았다. 가끔 생각이야 나겠지만 일단은 흘러간 일이고 다시 되돌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렇다. 가끔 담배가 짧게 느껴져도 기숙사 문을 열고 다시 실내로 들어서면 그 느낌은 사라지는 것이다. (적어도 표면으로 떠 오르지는 않는다.) 그런데...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내가 과거에 벌인 행동들이 너무도 아쉽고, 또, 다른 행동을 했다면 지금의 상황이 훨씬 달라질 수 있었다고 생각하게 되면 그 아쉬움이 쉽사리 사그러지지 않는다. 담배가 짧다. 그 시절도 짧았다. 좀 더 길었다면. 그래서 다른 가능성들을 실현할 기회가 더 많았다면. 그런 생각들을 한다. 담배와 마찬가지로 그런 생각들도 금새 사라지는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은 날도 있다. 오늘 같은 날이 그렇다.

"그 때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그 때 내가 이렇게 했더라면..."

"그 때 내가..."

다행인 것은 담배를 피우고 나서 바로 또 담배가 생각이 나는 경우는 가물에 콩 나듯하고, 또 그렇다고 해도 그게 오래 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참지 못하고 담배를 다시 물게 되더라도 한 대 쯤을 더 피울 수는 있겠지만 계속해서 줄담배를 피우게 되지는 않는다. ... 마찬가지다. 과거의 일에 대해서 이런저런 아쉬움에 빠지기도 하고, 가끔은 오래도록 헤어나오지 못하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일상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다시 또 그런 상태에 빠지기 전에 할 일들을 처리해야 한다. (요즘엔 방해꾼이 있어서 할 일들을 처리할 시간이 좀 부족하지만.)

오늘도 한참을 헤맸다. 지금까지. 그러느라고 또 냉장고의 맥주 비축분이 두 캔이 감소했다.

그래도 내일 아침에 일어나고 나면 제정신을 찾을 것이다. 늦게 일어난다고 해도 점심쯤에는 해야 할 일들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희망이 있으니 오늘 잠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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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bird
TAG 담배, 미련

포만감

이런 저런... 2006.04.05 13:15
난 배부른 것을 배고픈 것 만큼이나 싫어한다. 물론 배부른 것을 싫어한다고
해서 배고픈 것을 더 잘 참아낸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끼니 때를 지나도록
배를 비워 두는 것은 일단 본능에서부터 꺼려 하는 일이니 배고픈 것도
싫어하긴 한다. 하지만, 배를 잔득 채우고 편한 자세로 기대어 앉아서
배를 슬쩍슬쩍 두드리면서 포만감을 만끽한다든가 한 일이 내 기억에는
별로 없다. 그보다는 오히려, 부른 배를 당황해 하면서 어떻게 하면 빨리
꺼트릴까를 고민했던 기억이 압도적으로 많다.

예전에 어떤 후배와 밥을 같이 먹고서 담배를 한 대 피우니 그 후배가 말했다.

"형, 배부르고 깔끔한 기분을 담배로 망치는 게 그리 좋아요?"

대답했다.

"난 배부른 게 깔끔하다고 느껴 본 적은 없는걸?"

나에게 배가 부르다는 것은, 당장 영양 섭취를 못해서 죽을 일은 없겠구나
하는 안도감 정도밖에는 주지 못하는 것이다. 차라리, 이 뱃속의 음식물들을
어서 빨리 분해해서 몸 이곳 저곳에 저장하지 못하는 나의 게으른 소화기관들을
탓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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