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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업

이런 저런... 2010.01.04 18:54

개심사행은 파묻혀 죽을 것 같은 눈 때문에 아무래도 취소해야 할 듯 싶다. 여행이라 이름 붙이기는 좀 부끄러워도 어디 콧구녕에 바람이라도 쐴라캤드만, 괜히 추운데 얼어죽으면 큰일이다 싶다. 아무리 낮은 곳에 있어도 거긴 산이니깐.

 

점심 조금 전의 시간부터 지금까지 아래아한글과 엑셀과 어도브리더와 음음... 또 뭐랑 놀았더라. 암튼 잔업처리하고 있었다. 그냥 애초에, 어디 다른 데 논문을 내는 건 무리가 아니겠냐고 말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어쩌냐. 쓰기로 했으니 써야지. 근데, 영어로 써 놓은 거 우리말로 다시 쓰면서 살펴보니, 이거이거 오탈자도 무지하게 많고, 비문도 많고 엉망이다. 아무리 날림으로 썼다지만 졸업 논문이 이 따위라니. 차라리 걍 애초에 우리말로 쓸 걸. 그러면 그냥 주욱 긁어서 조금만 수정하고 보완하면 빨리 끝났을텐데.

 

누가 여러번 그랬다. 일부러 세상을 힘들게 사는 것 같다고. 오늘은 나도 그 말에 동의하고 싶다. 저 한 꺼풀 안 쪽에서는 "아니야, 아니야!" 하고 있지만, 그 놈 입을 좀 틀어막고 싶다. 그나저나 먼 데 있는 절 마루에 앉아서 뼈 시린 바람 맞으면서 노트에 낙서나 하고 오마...하던 계획이 기상 관측사상 초유의 폭설로 인해서 물 건너 가 버려서 쫌 아쉽다. 날 풀리고 꽃 피는 봄이 오면 그 때나 생각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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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bird

내 선배 중에는 조선일보 기자로 근무하는 분이 하나 있다.

작년 여름, 그 선배의 결혼 소식을 들은 김에 조선일보에서 그 선배의 기사 몇을 검색해서 읽었는데, 해소되지 않는 답답함에 결국 키보드를 한참을 두드려서 그 선배에게 결혼 축하 메일을 보냈었다. 결혼 축하 메일이라는 금방 들킬 껍데기를 하고 있었지만, 사실 그 안에 담긴 것은 "선배님, 어찌 그 같은 기사들을 쓰면서 살고 있는 겁니까."하는 무례한 것이었다. 답장은 받지 못했는데, 나는 오늘 왠지 그 답장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답장을 받았었는데 내가 기억을 못한다는 그런 말은 아니다. 대신, 오늘 조선일보에서 그 선배가 쓴 기사들을 보고 있자니 마치 그 기사들이 나의 그 무례한 메일에 대한 답인 것처럼 느껴졌다는 말이다. 그 선배와 나와는 다섯 학번이 차이가 나는데, 마치 모니터에서 이런 말이 들려오는 듯했다. "흥! 너 따위가?"

조금전까지 기분도 꾸리꾸리하고 논문 보는 것도 재미가 없어서 술 한잔 하고 잘까 하고 있었는데, 이올린에 올라온 글들을 보다가 미네르바 관련 글들로 옮겨갔다가 또 뭔가로 옮겨갔다가 갑자기 발길에 채인 돌맹이처럼 그 선배의 이름이 튀어올랐다. 정확히는 그 선배에게 보냈던 그 무례한 메일이 구글 검색 결과 중 데스크탑 검색 결과에 있었던 것이다. 그 발견이 우연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그 우연의 모퉁이 모퉁이를 돌다가 마지막 그 선배의 이름이 들어 있는 문을 바라봤을 때, 나는 그 안에 그 이름이 있을 줄 예감하고 있었다. 뭐, 굳이 들춰봐야 기분 좋은 것은 아닌데도, 애완 동물을 괴롭히는 악동과 같은 충동에서 나는 그 문을 열었다. (사실 그 행동은 나를 괴롭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메일을 발견하고는 잠시 바라보다가 클릭을 하고 말았다. 다시 읽어봐도 무례한 메일이다.

편지의 끝은 이랬다.

(전략)

형이 건넌 다리가 돌아올 수 없는 다리가 아니길 바랍니다.
다시 언젠가 지금은 알 수 없는 어딘가에서 마주치게 되면
조선일보라는 딱지를 인식하지 않고서도 반갑게 인사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내일이 결혼식이니 이 편지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며칠이
지나고 나면 읽어보시겠군요.

축하드립니다.

마치 별로 축하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느껴지는 메일이다. 카하... 내가 정녕 저런 메일을 보냈었단 말인가. 그 선배는 저 메일을 읽고 어떤 기분이었을까. 순간 얼굴이 화끈해졌다. 하지만 잠시 후에는 좀 화가 났다. 조선일보 사이트를 들어간 것은 내가 왜 화가 났는지 나도 얼른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선배의 기사 몇을 읽고 나서 내가 왜 화가 났었는지 이해를 했다. 화가 난 시점과 화가 난 이유를 발견하는 시점이 순서가 뒤바뀐 듯했지만, 어찌보면, 나는 그 선배가 아직도 조선일보 기자에 어울리는 기사들을 생산하고 있을 거라는 것을 어렴풋이 직감했던 듯하다.

잠시 공상을 해 봤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내 주위에 (지금은 해체되고 없는) 동아리의 늙다리 회원들이 모여 있고, 그 중에 그 선배가 있다면, 나는 "형!" 하면서 술을 한잔 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선배는 나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 순간 무시할 수 없는 크기의 무언가를 상실한 것 같아서 우울해졌다.

잠시 후 나는 더 우울해졌다.

내가 다리 초입에 서 있다는 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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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bi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