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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8.03.10 국제선 연착 (4)

스위스 여행

여행 2008.05.20 08:27
사용자 삽입 이미지Canon DIGITAL IXUS 950 IS | 1/125sec | ISO-200
스위스는 레만 호(Lac Léman)라는 제법 커다란 호수를 끼고 있는 나라인데 나의 기준으로 이 호수는 바다와 구별할 수가 없었다. -.-; 지난 2월에 갔던 곳은 스위스 중에서도 그 레만 호의 북쪽 기슭에 있는 Lausanne이라는 도시였다. 거기서 FSE 2008이라는 학회가 있었는데 사실 학회 자체야 나에게는 별 관심을 끌지는 못했지. 학회 첫날 행사가 끝나자마자 바깥으로 나와서 카메라를 들이댔는데 좋은 사진은 찍질 못했고 호수 서쪽으로 지는 해를 간신히 찍었다. 호수에 길게 늘어진 해 그림자는 의도했던 구도였는데, 그 옆에 우연히 찍힌 가로등은 의도했던 것은 아니다. 지금 보니 그런대로 사진에 잘 맞아들어가는 것 같다. ㅋㅋ

무턱대고 사진 한장 들이대면서 글을 시작해서 쫌 이상하긴 한데, 뭐 좋은 글 쓰자는 의도는 아니고 멀리 가서 찍은 아까운 사진 몇 장 올려보자는 심산이므로 앞으로도 이런 식일 게다. -.-; 딴지 즐! 반사! 반사!

사용자 삽입 이미지Canon DIGITAL IXUS 950 IS | 1/8sec | ISO-200
유럽의 건물들이 대개 그러하겠지만 이 로잔이라는 도시의 건물들도 옛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것들이 아주 많다. 이 건물은 무슨 호텔 건물인데 아마 우리나라식으로 짓는다면 날렵한 현대식 건물로 지어서 건드리면 손을 베일 것 같겠지. 그런데 그곳의 건물들은 그렇지가 않다. 멀리서 보기보다는 가까이 가 보고 싶고, 자세히 들여다 보고 싶고, 만져 보고 싶다. 저녁무렵이라 불을 막 밝히기 시작한 참이다. 겨울이라 앙상했던 그 나무들을 피해서는 찍을 수가 없더군.


사용자 삽입 이미지Canon DIGITAL IXUS 950 IS | 1/4sec | ISO-200
로잔이라는 도시에는 Ouchy라는 이름의 항구가 붙어 있는데 (호수에 항구라니 나에게는 영 낯설다. 우리나라의 "포구" 정도라면 또 몰라도...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호수는 나에게 바다나 다름 없었다.) 항구를 따라 가다보면 올림픽 공원이 나온다. 해도 다 지고 공원의 다른 곳을 찍은 것들은 시커멓게 나와서 색 보정을 해 봐도 봐줄만 하지가 않다. 그래도 불을 밝게 해 놓은 곳이 이 분수대 정도여서 남들에게 내밀만한 사진은 이거 하나 뿐이다. 왼쪽에 보면 Le Parc Olympique Lausanne이라고 쓰여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Canon DIGITAL IXUS 950 IS | 1/125sec | ISO-80
왼쪽 사진은 로잔 성당의 정문 옆에 있는 탑인데 내가 본래 성당이라든가 교회라든가 하는 것과는 인연이 별로 없는 관계로 정확히 뭐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하고 많은 사진 중에서 이걸 올리는 이유는 이 사진을 보면 소설 <장미의 이름>에 나오는 장서관이 떠 오르기 때문이다. 수사인 아드소가 스승인 윌리엄을 따라서 수도원에 들어가 장서관을 처음 볼 때의 느낌이 대략 이러했으리라 생각된다. 웅장해서 가슴이 약 2초간 멎을 것 같은 느낌. 물론 소설속의 장서관 정도라면 이 사진의 탑보다야 훨씬 클 테지만. 그래도 소설 속에 나오는 탑을 그냥 생짜로 상상만 해야 했던 것을 실제의 사물을 빌어 좀더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은 나름 유익
사용자 삽입 이미지Canon DIGITAL IXUS 950 IS | 1/80sec | ISO-80
하다고 해야겠다. 동명의 영화도 있지만 영화에서 보이는 웅장함이라는 것도 스크린이 아닌 실제의 것을 볼 때의 웅장함에는 미치지 못하는 법이니까.

오른쪽의 작은 사진은 뽀나쓰. 성당 입구의 아주 고풍스러운 장식이다. 사실 무늬보다는 장식의 퇴색한 정도에서 느껴지는 숙연함이 있어서 눈에 든 사진이다. 잘 보면 문과 스테인드 글래스 주변의 장식은 나이가 느껴지는데 그 주변의 벽돌들은 상대적으로 좀 젊다. 벽돌은 어떻게 다시 끼워 넣어도 문 주위의 장식은 현대의 것으로 갈아치울 수가 없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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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두 사진은 무엇인고 하니... 이른바 Invader. ㅋㅋ 우리나라에서는 무슨 이름으로 소개되었더라. 본인 어렸을 적 넉넉치 못하여 문방구 앞의 10원짜리 20원짜리 오락을 그리 많이 해 보지 못해서 정확한 이름은 가물가물한데 외국에서 invader였으니 우리나라에서도 인베이더였겠지. 뭐 암튼 그러저러한 고전 중의 고전인 게임의 캐릭터를 각 관광 명소에 저렇게 붙여 놓고 다니는 인간들이 있는데 예전 스노우캣 사이트에서 처음 보고 알았었지. 붙이더라도 꼭 저런식으로 비트맵 형태로 붙여 놓는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반가워서 찰칵했다. 위에 보이는 성당 정문의 맞은 편에 있다. Invader 아래의 흰 칠은 누군가가 주목을 끌려고 일부러 칠해 놓은 것인지 아닌지 궁금궁금. 알 수는 없었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Canon DIGITAL IXUS 950 IS | 1/200sec | ISO-80
역시 로잔 성당인데 이번에는 정문 반대쪽의 외벽이다. 움푹움푹 패인 것이 "나 좀 나이 먹었소"하고 자랑질 중인 것처럼 보인다. 돌이 원래 저렇게 생긴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왠지 부실해 보이는 저 돌들을 그냥 두는 것이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참 궁금하더라. 궁금해도 뭐 어쩔 수는 없다. 저런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나올만한 두꺼운 관광 안내책은 애초에 사질 않았고, 그렇다고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보기도 쫌 무엇했으니까. ^^ 사실 결정적으로 스위스라는 나라가 불어/독어/(이태리어)를 쓰는데 길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말을 걸면 일단 불어로 대답한다. -.-;; 불어라고는 할 줄 아는 말이 "봉쥬르" 정도인 상태로는 용기가 있어도 뭐 어떻게 해 볼 수가 없다. 나의 체감으로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시민의 2/3 정도는 영어를 제법 유창(까지는 아닌가?)하게 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도 꽤 되는 듯 하다. 에... 그리고 영어를 제법 한다고 해도 발음이 이거 불어식이다 보니 알아듣기가 참 괴롭다. 상대방이 영어로 얘기하는데 못알아 들으면 이 사람들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는 그냥 가 버리지 않을까. ㅋㅋ

사진은 잠시 멈추고 에피소드 하나를 얘기하자면, 로잔에 오밤중에 떨어져서 기차역 앞을 서성이는데 어떤 현지인이 버스 타는 곳을 가르쳐 주더라. 그런데 -.-;; 못 알아들었다. 내 귀가 막귀인지 절반은 알아듣고 절반은 못 알아듣겠던데, 길 가르쳐준거 절반만 알아먹으면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이가. 이 사람 말하길 우리를 버스 정류장(우리가 원하는 버스가 지나가는)까지 데려다 줄 시간은 없다면서 자전거 타고 휙 가버리는데 쫌 황당하더라. 그래서 지도 보고, 표지판 보면서 (알고 보니 좀 먼 곳에 있는) 정류장을 찾아갔다. 가는 길에 물어볼 사람이 없길레 어떤 가게 문 열고 들어가서 길을 묻는데, 이런 젠장. 그 가게에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영어를 하는 사람이 없더라 -.-;;; 비슷해 보인다고 왠 쭝국애를 데려오는데 중국어는 더더욱 알아들을 리가 없지. 어찌어찌 버스를 타고 우리가 내려야 할 곳 (이것도 알고보니 좀 먼 곳이더라 -.-;; )에 내려서 방향을 찾는데, 날은 춥지 지나가는 사람은 하나도 안 보이지, 결국 버스 기사 (아줌마였다.)한테 물어봤다. 이 아줌마는 더 가관이다. 아예 영어를 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나는 계속 영어로 물어보고 이 아줌마는 불어로 중얼거린다 -.-;;

"그러니까 이길(손가락질하며)로 가는 게 맞나요?"
"blahblahblah..." (뻐끔뻐끔 <-- 이건 그 아줌마 담배피는 소리)

이런 식이었다. 결국은 지나가는 배낭 맨 여행객(여행객들은 영어를 확실히 한다.)을 붙잡아서 길을 물었다. 뭐 내가 손가락질하던 방향 맞더구만 -.-;;

암튼.. 어디까지 했더라. 이거 영 두서가 없네.
사용자 삽입 이미지Canon DIGITAL IXUS 950 IS | 1/100sec | ISO-160사용자 삽입 이미지Canon DIGITAL IXUS 950 IS | 1/100sec | ISO-80사용자 삽입 이미지Canon DIGITAL IXUS 950 IS | 1/8sec | ISO-200
성당 안은 스테인드 글래스와 파이프 오르간을 빼면 웅장하다는 것 외에 그다지 볼 것이 없다. 그래도 스테인드 글래스는 참 볼만했는데, 위 사진에서 오른쪽의 스테인드 글래스에서 들어온 빛이 왼쪽 사진처럼 기둥에 아른거리는 것은 내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장면이었다. 2월의 차가운 날씨에도 따뜻해보이는 햋볕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Canon DIGITAL IXUS 950 IS | 1/160sec | ISO-80
건 우리(나와 후배 하나)가 묵었던 유스호스텔이다. 계단 아래로 보이는 끝 방이 우리가 잔 방이다. 난 저 유스호스텔에서 며칠밤을 자고 나서 결심을 했다. 나중에라도 유럽 여행을 하게 되면 모든 고려 조건 중에서 숙박을 취우선으로 하리라. 다른 건 어떻게든 될 테지만 숙박이 불편하면 정말 여행이 하루하루 피곤할 것 같다. 숙소에서는 피로를 풀어야 하는데 말이지. 그래도 가격은 쌌다. 대충 보통 호텔 가격(너무 비싸지 않은)의 1/2에서 2/3 정도다. 하지만 다음번에는 기필코 호텔에서 잘 테다.

위 사진은 귀국길에 오르던 날 로잔을 떠나면서 찍은 사진이다. 귀국 코스는 로잔에서 기차를 타고 제네바로 간 후에 거기에서 비행기를 타고 파리고, 다시 인천으로 입국하는 것이었다. 귀국 과정의 고생길은 예전 글에 적었었는데, 제네바로 이동할 때만 해도 그런 일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뭐 어쨌든.. 다른 사진은 그다지 볼 것이 없고 제네바 시내에는 아래 사진처럼 생긴 요상한 나무들이 꽤 많았다. 무슨 종인지는 모르겠는데 나의 경우 어디서도 본적이 없던 나무라 기념으로 남겼다. 하나는 역광, 하나는 햇빛 받아서. (역광 사진이 답답해 보이긴 해도 뭔가 더 분위기 있어 보이는 것 같기도 ㅋㅋ)
사용자 삽입 이미지Canon DIGITAL IXUS 950 IS | 1/500sec | ISO-80사용자 삽입 이미지Canon DIGITAL IXUS 950 IS | 1/200sec | ISO-80
유럽은 정말 어디 가나 오래된 성당이 넘쳐 나는데, 아래는 제네바 성당의 일부분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Canon DIGITAL IXUS 950 IS | 1/200sec | ISO-80사용자 삽입 이미지Canon DIGITAL IXUS 950 IS | 1/6sec | ISO-200
첨탑이 정말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다. 이 성당은 규모도 크고 관광객도 많은 모양으로 이러저러한 관람 코스를 유료로 제공하는데, 위에서 오른쪽에 보이는 비좁고 가파른 나선형 계단을 따라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Canon DIGITAL IXUS 950 IS | 1/250sec | ISO-80
한참을 오르면 탑을 오를 수가 있다. 다른 성당들도 그런 편이지만 제네바 성당도 높은 지대에 있어서 탑에 오르고 나니 오른쪽 사진과 같은 탁 트인 광경이 보인다. 사진의 오른쪽 끝에 하늘로 솟은 물줄기는 호숫가에 있는 분수다. 사진에 보이는 경관의 대부분도 역시 항구다. 또 말하지만 이게 무슨 호수야. 바다지. 암튼, 사진에 보이는 제트 분수는 높이가 얼마랬드라... 음... 까먹었네. 주변의 다른 건물들과 비교해서 보면 가히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쌩뚱맞게 왠 분수인지, 그건 모르겠지만 ㅋㅋ
저 분수가 왜 있는 건지는 몰라도 신기해서 동영상으로 찍은 것이 있는데 물결이 움직이는 정도를 봐도 그 크기를 다시 실감하게 된다.



이 제트 분수를 보고나서 남쪽 탑도 구경하고 다시 북쪽 탑으로 돌아오는 길을 촬영한 동영상이 아래에 있는 것인데, 기왕 찍었으니 올려둔다. ㅋㅋ 한마디 붙이자면 저런 공간을 일반에게 공개해 놓는데도 그다지 엉망이 안 되어 있는 것을 보면 쫌 부러워지긴 하더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Canon DIGITAL IXUS 950 IS | 1/80sec | ISO-100
왼쪽은 그 중 잘 나온 스테인드 글래스 사진이다. 뭐, 그냥 스테인드 글래스다. ^^

아.. 피곤..

마지막은 추위에 떨면서도 주변에 널브러져 있던 대포 하나를 부둥켜 안고 찍으려다, 결국 어정쩡한 자세로 찍혀 버린 내 사진이다. ㅋㅋ

떨고 있는 게 느껴지는지?
스위스의 2월은 추웠다.
그래도 걔들 짧은 치마 입고 다니더군 -.-;
보기는 좋더군. ㅋㅋ
(그러고 보니 여자 사진이 하나도 없네?)






사용자 삽입 이미지Canon DIGITAL IXUS 950 IS | 1/60sec | ISO-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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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bird

국제선 연착

여행 2008.03.10 10:37
스위스 갔던 얘기는 한꺼번에 주루룩 쓰는 걸 못하겠다.
그러니 앞으로 짬짬이 생각나는 에피소드 하나씩 올리는 것으로... ^^

없는 집 자식이라, 남들 젊을 때 한번씩 해 본다는 유럽 배낭여행이라는 것도
나는 그냥 부러워 하며 바라보거나, 또는 애써 아닌 척하며 대수롭쟎은 듯이 바라보곤 했었지.
그런 관계로 본래 나는 해외 여행이라는 것에 익숙하지가 않다.

그렇다 보니, 파리 시간으로 2월 14일, 제네바에서 파리 가는 비행기가 지연되었을 때
나는 정말 당황했다. 국제선을 타면서 처음 겪는 일이었다. 그 비행기를 놓치면 당연히
그 다음 비행기인 파리에서 인천가는 비행기 또한 놓치게 되기 때문이었지.
국내선이라면 주변 분위기 보면서 적당히 대처하거나, 아니면 공항 직원이나
항공사 직원을 붙들고 뭔가 물어볼 수 있었겠지. 하지만 유럽, 그것도 영어도 그다지
수월하게 통하지 않는 불어권 나라인 스위스와 프랑스에서 나는 정말 앞이 캄캄했다.

어째야 하는 것인가. 대충 말을 걸면 어느새 알아 듣고 처리해 주는 영어권 나라가
해외 여행 중에는 얼마나 편리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불어를 쓰는 나라 사람들은
자기들의 말이 영어만큼이나 국제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 영어 실력은
북유럽 같은 곳 보다는 꽤 떨어지는 편이지.

내 발음도 엉망. 그 사람들 발음도 엉망.
나도 버벅. 그 사람들도 버벅.

사실, 그 여행은 나 혼자만 간 것이 아니라 연구실 후배가 하나 같이 있었는데,
사람들을 붙들고 뭔가를 물어보거나 하는 데에 이 녀석은 별 도움이 되질 않았다.
타고난 수줍음에 나보다 떨어지는 영어 탓이다. 그러니 길 가다가 사소한 것을
물어보게 되는 일에도, 나는 두 사람 몫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는 생각에 부담이
배가 되는 것이었다. 마치 아이들을 잔뜩 데리고 포항 시골에서 난생 처음 서울
대도시로, 그것도 친하지 않은 친척집을 찾아가는 비루한 어머니 같은 꼴이었다.

항공사 직원은 익숙하지 않은 영어 발음으로 이야기 했다.

"손님의 비행기는 지연되었습니다. 그러니 다음 비행기도 분명 놓치게 될 거에요."

나는 물을 수밖에 없다.

"그럼 전 어째야 하지요?"
(we가 아니라 나는 분명 I라고 말했던 듯하다.)

직원은 말한다.

"다음 비행기를 예약해 드릴 수 있어요. 내일 오후 2시에 떠납니다. 그리고 대한항공
비행기가 아니고 에어프랑스 비행기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럼 하루밤을 어디서 지내라고? 공항에서 구겨져서 잘 수는
없으니 또 공항 근처 호텔을 잡아야 하는 건가? 파리에 도착하는 시간을 볼 때
또 한밤중에 호텔을 찾아 짐가방을 들고 거리를 헤매게 생겼잖아. 거기에 에어프랑스
비행기는 대한항공 비행기보다 좋지가 않다. (최소한 승객의 입장에서는)

그래도 어찌할 방법은 없다. 에어프랑스 직원의 제안이 내가 보기에도 제일 좋은
방법이었다.

"그렇게 해 주세요."

"오늘밤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 역시 지연되었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파리에 도착하면
일단 대한 항공 직원을 만나 보세요. 어쨌든 내일 떠나는 비행기는 예약되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아... 그때 그걸 물어보지 않은 것이 참 바보스러운 것이었던 것을 파리에 도착해서야
알았다. 그래도 천운이었는지, 대한항공 직원을 시간이 늦어 만나지 못하고 에어프랑스
부스를 찾아간 것은 운 좋은 선택이었다. 파리의 에어프랑스 직원이 말했다.

"지금 발권을 해 드리죠. 그리고 손님들을 위해서 호텔이 예약되어 있습니다.
이 티켓을 들고 호텔로 가면 됩니다. 터미널 3로 가세요. 셔틀 열차를 이용하세요."
(이때 더 확실히 물어봐야 했다.)

"저희가 뭔가를 더 지불해야 하는 건 아니겠죠?" (순간 머리속에 드는 생각이 있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가시기만 하면 됩니다."

이런데 우리는 어떻게 파리에서 호텔을 잡을 것인가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었다.
만일 그날 파리에 도착해서 바로 발권을 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파리의 밤 거리를
짐가방을 들고 헤맸을 거다. 시내가 아니니 파리라고 해도 별로 내키지는 않는다.
아니, 시내라고 해도 편하게 구경하는 게 아니라 짐을 들고 하루밤 잘 곳을 애타게
찾는 건 곤혹스러운 일이다. 그런 상황에서 에어프랑스 직원의 말은 정말 반가운 것이었다.
아니지. 바꿔서 생각한다면, 원래 그런 것이라는 걸 알지 못했던 우리의 상황은
그야말로 위험천만한 것이었지. 역시 익숙하지 않은 것은 어렵다.

그런데 공항에서 호텔을 가는 길이 또 순탄치가 않았다. 터미널 3로 가라고 했지만
우리가 있는 곳은 터미널 2였다. 터미널 3는 어디야? 거기에서 열차를 타야 하는데...
잘 모르겠다. 어쩔 도리가 없지. 또 지나가는 사람을 붙들고 물어본다.
티켓을 들이밀면서 "제가 여기로 가야 하는데요..."하면서 말을 붙이는 내 모습이
내 생각에도 좀 처량해 보였다. 그 사람이 공항 직원이 아니었던 관계로 그 티켓을
보고 내가 가야 할 길을 바로 알지 못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한참을 들여다 보다가
참으로 반가운 말을 했다.

"아... 가만 보니 당신, 나와 같은 곳으로 가고 있군요. 같이 갑시다."

Alas! 믿을 수 없이 반가운 말이라 다시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말로 같은 곳으로 가시는 건가요? 같은 호텔로요?"

"네, 그래요. 나도 길을 몰라서 호텔에 전화를 해서 알아냈어요."

여기선 좀 어처구니가 없었다. 영어와 불어에 능한 이 외국인도 길을 찾는 데에
애를 먹고 있었다니. 하물며 우리야 말을 해 뭘 할까.

호텔에 도착해서 한 일은, 최대한 빨리 체크인을 해서 방 열쇠를 확보하고,
최대한 빨리 정문을 다시 나서서 담배를 피우고, 다시 또 최대한 빨리 방에 들어가서
침대에 나가 떨어지는 일이었다.
아.... 정말 피곤해. 그날 저녁 내가 겪었던 당황스러움은, 담이 작은 내가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것이었다. 고픈 배를 채우기 위해서 다시 호텔 방을 나설 마음이 들기까지는
시간이 꽤나 걸렸다.

불어라면 지긋지긋했다. 호텔 방에서 TV를 볼 때에도 불어 채널은 신경질적으로 돌려 버리고
BBC를 골라서 봤다. 영어만 들어도 반가웠기 때문이다. 국제 미아가 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자는 동안 묻어두기로 했다. 다음날은 또 다음날 대로 어찌어찌 되겠지.
다음날 또 어떤 말들을 물어봐야 하는지 미리 이리저리 문구들을 짜 맞추는 것조차
피곤해서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말이지.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 재미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다시 겪고 싶지는 않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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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bi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