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7.12.04 블로그 vs 커뮤니티 (8)
  2. 2007.11.12 블로깅이라는 거 말이지... (2)
  3. 2006.11.09 파트리크 쥐스킨트 "향수"
예전에, 그러니까 대충 세기가 바뀔랑 말랑 할 때 쯤에는, 홈페이지라는 것이
꽤나 신선한 물건이었다. 그래서 친구라든가, PC 통신에서 만난 사람들이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었다고 하면, 의례 집들이에 찾아가듯이 방문을 해서
어느 홈페이지에나 다 있었던 방명록에 글을 남기곤 했다. 그리고, 인터넷에
접속해도 얼마간 시간을 보내면 딱히 할 게 없었으니, 아는 사람들의 홈페이지를
북마크 해 놓고 종종 들러서 게시판에 글도 쓰고 했었지. 그러다 보니, 개인
홈페이지라고 해도 일종의 커뮤니티의 역할을 했었다. 특정 그룹의 사람들 중에서
가장 발길이 많이 머무는 홈페이지에 사람들이 모여서 소식도 나누고 잡담도 하고
딴 사람 글에 장난질(ㅋㅋ)도 좀 치면서 친목을 도모했다. 잘 나가는 홈페이지들은
여러 그룹의 사람들이 모여들기도 했기 때문에, 그런 홈페이지들을 통해서 사람들이
만나기도 했었다. 더러는 소위 "비밀 게시판"이라는 것을 만들어 놓고 알만한
사람들만 모여서 그들끼리의 긴밀한 이야기를 전하고는 했다. 그런 비밀 게시판에
끼이고자 새로이 사람을 사귀고 그 그룹에 드디어 편입하여 비밀 게시판에 쌓인
글들을 읽노라면, 그게 그렇게 대단한 일도 아닌데 뭔가 성취감(?) 같은 것도
느끼는 것이었다.

어쨌건, 옛날에는 커뮤니티 사이트와 개인 홈페이지를 칼로 자르듯 반듯하게
나누기가 애매했었지.

그런데, 요즘에는 혼자서 글 쓰는 사람들이 많다. 혼자서 블로그에 글을 남기고
그 글을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읽어본다. 더러는 검색 사이트를 통해서 들어온
사람들이어서 자기 필요한 글만 읽고 나가기도 하고, 잘 아는 사람이어도
블로그라는 곳이 너무 열려 있는 공간이다 보니(검색 사이트의 관점에서 본다면
글 쓰는 순간 출판해버리는 꼴이다.) 댓글을 잘 안 달기도 하더라. 그러다 보니
그냥 혼자서 글 쓰고, 누군가 읽겠지... 하고 자기 위안을 한다. 개인 홈페이지에
삼삼오오 모여서 수다를 떨던 시대는 가 버린 듯하다. tatter tools 기반의 블로그들이
모이는 eolin 같은 사이트에 가봐도, 사람들이 꽤 많이 읽어본 글인데도 불구하고
댓글은 기껏해야 한둘 정도인 경우가 아주 많다. 물론 나도 eolin 같은 곳에서
어쩌다 클릭해서 읽게 되는 블로그 글들에는 선뜻 댓글을 남기게 되질 않더라.

대신에 이제는 아예 대 놓고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사이트가 많이 생긴다.
블로그도 팀 블로그라는 것이 생겼다. 포털들마다 카페라는 것을 제공한다.
분명 편하고 좋긴 한데, 옛날 처럼 아기자기한 맛은 많이 떨어진다. 결정적으로
"자연스럽게" 커뮤니티 사이트의 역할을 하던 홈페이지들 대신에, "작정하고"
커뮤니티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도 생긴다. 개인 홈페이지 시절에야
어차피 자기 아는 소수만 들르는 것이니 일이 어떻게 돌아가던 그리 크게
신경 쓸 것이 아니었는데, 요즘처럼 작정하고 카페라도 만들고 나면
뭔가 대단한 일을 하는 것처럼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방문자 수에
하루하루 일희일비하고, 회원 가입에 신경 쓰고, 사람들이 얼마나 자주
"출석 글"을 남기는가도 스트레스를 준다. 그래서인지, 예전보다 기술적으로는
커뮤니티 사이트를 만들기가 더 쉬워진 게 맞지만, 체감하기로는 예전보다
더 어려워진 듯하다.

블로그는 철저히 혼자서 떠들고, 커뮤니티는 작정하고 시작해야 한다.
뭔가 더 삭막해졌다. 우연히 검색 엔진 타고 들어간 사이트에도 방명록에
한줄 남기고 오던 시대가 다시 올 수 있으려나.

ps. 써 놓고 보니, 이건 순전히 겨울 다가오고 옆구리가 시려서인거 같다. -.-;;;
ps2. "겨울 다가오고"가 뭐야. 이미 겨울이잖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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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bird
불과 5년전만 해도 블로그라는 말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 지 못했으리라.
싸이월드가 뜨면서 그제야 미니홈피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하던 때이고,
아직 대부분은 원시적인(?) 개인 홈페이지 같은 것들이 네트웍을 사는 사람들 중
제법 앞서가는 사람들의 "뻐기기" 수단이었던 때이다. 그때야 지금처럼 편리한
미니 홈피나 블로그나 카페들이 성행하지 않았으니, 개인 홈페이지를 꾸리고,
게시판을 달고, 글을 쓰는 것은 일부 기술 있는 사람들 정도나 하는 일이었다.
혹여 기술 없는 사람들이 개인 홈페이지를 가져봤자, 지금에 비교하면 구리구리한
수준의 서비스들 뿐이었다. 기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상황이 그리 좋지는
않았는데, 개인 홈페이지 만들려면 지긋지긋한 HTML 코딩을 한참동안이나
해야 했고, 마음에 드는 아이콘 하나, 배경 이미지 하나를 찾아서 하염 없이
웹을 뒤지거나, 혹은 떨어지는 미적 감각으로 하염없이 포토샵이나 Gimp 같은
프로그램들을 주물럭거리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얼마나 편한가. 여기저기에서 "제발 우리 사이트에 블로그
하나 만드세요."하고 애원들을 한다. 편하기도 편하고 이미 있는 디자인들을
이리저리 조합하고 플러그인들을 설정하고 하는 것들이 예전만큼 고통스럽지도
않다. 넘쳐나는 블로그들. 어느새 홈페이지라는 말은 사그라들고 블로그라는
말이 그 자리를 점령해 버렸다. 언제부터 블로그라고. 블로그(Blog)가 Web Log에서
나온 말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몇 퍼센트나 될런가.

생각해 보면 예전이 좋았다. 인터넷 강국이라는 미명 아래 내 주변의 인터넷은
점점 더 혼란스러워 지고, 점점 더 지저분해져 간다. 질 떨어지는 정보들이 홍수를
이루고 그 중에서 옥석을 가리는 것은 이제는 거의 불가능하다. 낚시질이라는 말이
성행하고, 남의 저작물을 베껴다가 마치 제 것인양 떠벌리는 인간들도 너무 쉽게
눈에 띈다. 예전에는 주변 사람들하고 술 먹으면서 세상 한탄을 할 때 이런 말도 했었다.

"인터넷 쓰기 전에 몇달간 소양 교육을 받는 것을 법으로 제정해야 한다."

그때는 그게 농담처럼 말하고, 농담처럼 맞짱구 쳐 줄 수 있는 말이었다. 주변에
이미 네트웍의 문화와 예절에 익숙한 사람들로부터 자연스레 계몽 효과를 볼 수도
있는 정도였으니, 네트웍 입문 소양 교육이라는 것이 꼭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이제는 그런 것을 기대하기도 힘들고, 누가 그런 것을 한다고 하면 내가 먼저 나서서
말릴 판이 돼 버렸다. 혹 엄청난 무리수를 두어서 이명박이 대운하 건설한다는 것처럼
누군가가 추진하려고 해도, 일단 그 효과가 너무나 미미할 것이기 때문이다. (권리라든가,
자유라든가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고.)

다시 생각해 보면, 역시나 옛날이 그래도 나은 점이 많다. 사회가 이리 발전하는 만큼
복잡해지고 파악하기 힘들어지고 스트레스가 많아지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인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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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bird
사실 나는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가 부러웠다.

얼음보다 더 한 냉혹함, 죽음조차 이겨내는 인내심, 흉내 낼 수 없는 노력,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치밀함,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냉정함,
세상 모두를 비웃을 수 있는 자신감, 그리고 천부적인 자질...

그것이 살인에 해당하는 것이라도 거침 없이 해 낸다는 점만을 빼고 나면
세상을 성공적으로 -- 물론 세속적인 의미에서 -- 살아가기 위한
모든 것이 거기에 있었다.

그르누이는 거기에 더해서 세속적인 무엇에도 유혹되지 않고
오직 자신이 추구하는 것을 향해 나아가는 무서움까지 가지고 있었으니,
끊임 없이 주변을 둘러보고, 자신을 가장하고, 때로는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완전히 방치해버리기도 하는 불완전한 성격의 나로서는 감히 비교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지금 또 하나 마음 한 구석이 부르트는 소리를 듣고도 감히 용기를 내서
보듬지 못하는 나를 볼 때, 그르누이, 그는 참으로 부러운 사람이다.
아니, prodigy, 괴물이다. 영원히 동경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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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bird